[르포] 바람이 이어준 공동체…영양 풍력발전 현장을 가다

  • 주민참여형 사업 모범사례…민원 해결 최우선

  • 소화저수조 설치…경북 산불 진화작업 활약

영양제2 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GS ER
영양제2 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GS E&R]
선선한 바람이 부는 4월 말에 찾은 경북 영양의 육상풍력단지. 국내 육상풍력발전의 요충지라고 불리는 영양에는 263메가와트(MW) 규모 총 다섯 개의 풍력발전 단지가 위치해 있다. 

육상풍력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높은 고도와 탁 트인 공간이 필수다. 산지가 많은 데다 사방이 뚫린 경북은 풍력발전에 맞춤 장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귀가 먹먹한 구간에 도달했다. 높은 고도를 실감하며 이동하기를 십여 분. GS E&R의 영양 제2풍력 발전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은 지난 3월 대형산불의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10대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개의 터빈 당 4.2MW의 전력을 생산하며 총 42MW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1MWh당 일 평균 약 3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1만2000가구에 전력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지역과 상생하다
영양제2 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GS ER
영양제2 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GS E&R]

영양 제2풍력 발전단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발전소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주민수용성이 선결돼야 한다. 주민수용성은 발전시설과 전력망 건설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2풍력 발전단지는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주민이 발전 사업에 일정 비중 이상을 참여하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부여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주민참여로 인한 가중치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공사 기간이 줄어들고, 주민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곳은 민간이 소유한 최초의 송전선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설치된 11개의 송전선로 철탑이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나른다. 

발전소·송전선로의 원활한 건설 비결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었다. 통상 풍력발전단지 반경 1㎞ 의 주민들과 합의를 하는 것이 관례이나 반경을 5㎞까지 확장하고 9개 마을의 주민 동의를 얻었다.

GS풍력발전 관계자는 "20년간 발전단지를 운영하면서 송전선로도 같이 관리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업인 만큼 민원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안전제일'…산불 잡는 풍력발전단지
영양제2 풍력단지에 설치된 소화저수조 사진김유진 기자
영양제2 풍력단지에 설치된 소화저수조. [사진=김유진 기자]

불을 끄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곳의 풍력발전 단지는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 소방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바로 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저수조 덕분이다. 10개의 터빈 사이에는 50톤 규모의 저수조 2개가 설치돼 있다. 

대다수의 풍력발전 단지는 고산지역에 건설된다. 좁은 도로와 높은 경사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다. 이는 제2풍력 발전단지도 마찬가지다. 발전단지 건설을 시작할 때 영양군 소방서의 권유로 저수조를 설치했다는 게 GS E&R 측의 설명이다.

GS풍력발전 관계자는 "지난해 영양군 소방서와 합동훈련을 할 당시 소방 측에서 '진입도로 경사도가 너무 높아 소방차가 올라오기 어렵다'고 했다"며 "풍력발전소에 저수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다만 안전 제일이라는 생각에 4호기와 7호기 인근에 소화저수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성했던 저수조가 화마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 산불이 발화했을 당시 연기로 인해 소방 헬기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소방차를 투입해 진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던 상황에서 소방 인력들은 풍력단지 저수조 물을 활용해 산불 진화 작업을 펼쳤다.

GS풍력발전 관계자는 "발전단지 진입도로를 기점으로 산불의 추가 확산이 멈춘 것을 알 수 있다"며 "경사 때문에 소방차에 물을 최고조로 싣고 올 수 없었는데, 저수조에서 물을 공급해 진화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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