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겸 수석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법관들이 챗GPT보다 탁월한 속독력으로 6만 페이지의 기록을 독파했다는 것인데, 국민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며 "전자문서를 다 읽었는지 즉각 공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관해 대법원 측은 상고이유를 제한하는 규정, 사후심이자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대법관들이 모든 기록을 전부 읽고 재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사형·무기·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닐 경우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고, 이런 경우가 아니면 대법원은 사실오인 여부를 심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오직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이 있는지에 관해 재판한다.
이에 이 후보 사건에서도 원칙은 지켜졌다는 게 대법원 입장으로,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1, 2심에 별 차이가 없고 대법원도 사실관계는 동일한 것을 전제로 법리 적용에 있어서만 원심의 오류가 있음을 들어 파기환송 했다"고 전했다.
실제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2심 법원이 법리를 오해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고, 사실관계 인정이 틀렸다는 부분은 없었다.
대법관들은 사건이 접수된 후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이전부터 기록을 검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관 심리를 보조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들도 대거 동원돼 기록을 검토하고 대법관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록 검토와 심리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원조직법 65조에 따른 합의의 비공개 원칙에 위배될 수 있어 더 세밀히 설명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법학자와 일부 판사들도 비판에 나섰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송기록을 숙독할 시간도 없었고 견해 차이를 치열하게 내부 토론할 여유도 없이 그냥 몇 대 몇으로 밀어붙였다"며 "사법 정치 개입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거취를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주지법 한 부장판사는 "6만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해 즉시 결론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이라고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이 후보 사건의)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방법원장 출신 강민구 변호사는 SNS를 통해 "대법원의 정상적인 절차적 결정에 대해 정치적 불복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기록을 못 봤다'는 말 자체가 대법관들의 능력과 진실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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