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은행권 내부고발 포상금을 확대하며 금융권 비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 포상금을 늘리려면 국회 예산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절차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도 국책은행엔 포상금을 올리라는 권고만 하기로 한발 후퇴하면서 국책은행이 금융사고 예방에서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준법제보’ 제도 활성화 방안을 시행한다. 이는 은행이 운영해 오던 내부자 신고제도 명칭을 바꾸고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차이가 큰 내부고발 포상금 지급 기준도 일괄적으로 맞춘다. 최대 지급액은 기존 1000만~20억원에서 추후 10억~20억원으로 상향하고 최저 포상금은 100만원으로 모든 은행이 설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책은행은 금액 상향이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책은행은 이미 지난해에 올해 예산을 모두 확정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예산 증액이 사실상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올해 7월 준법제보 시행이 어렵다.
이미 시중은행은 포상금 최대 한도를 수십억 원으로 두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최대 한도가 가장 큰 건 신한은행(20억원)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10억원, NH농협은행은 3억원이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3000만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 5000만원이다. 가장 차이가 큰 신한과 수출입은행 간 격차는 약 67배에 달한다. 시중은행 대비 국책은행 금융사고 예방에 상대적으로 빈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국책은행 포상금 상향은 일러야 내년부터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9월 초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마저도 최저 금액 적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저 포상금 100만원을 신설한 후 자칫 예산이 부족해지면 포상금 지급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도 국책은행에는 포상금 한도 관련 권고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요 국책은행은 포상금 최저 금액이 따로 없다. 예산 사정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제한적인 예산 등을 고려해 수출입은행은 이번 준법제보 제도 시행에도 포상금 최대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제도 시행 일정에 맞춰 세부 사항을 결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예산은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정하게 돼 있다”며 “포상금이 금융사고 제보를 위한 유인이 되는 만큼 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