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지는 말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각 당 후보의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까지만 볼 수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로 일각에서는 결과를 예측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남은 선거운동 기간이 지나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유권자가 민주주의 꽃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평소 정치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대에 대한 비방과 그에 따라 이어지는 고발전이 선거 기간에 여실히 나타나는 점은 아쉬우면서도 우리 정치가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숙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가 어떤 연유로 진행되게 됐는지를 다시금 곱씹어 보려고 한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조기 대선인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비상계엄 선포 때문에 불안해진 경제 상황과 불확실성이 커진 외교·안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정치권에서는 비상계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난다. 국민의힘은 파면된 1호 당원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주도하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는 꾸준히 절연을 요구해 왔지만, 김문수 대선 후보조차도 스스로 당을 떠나는 그의 뜻을 존중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최측근 변호인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퇴했지만, 또 다른 변호인이 입당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을 '아버지'로 부르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세력인 '윤어게인'이란 신당을 창당하려고 했던 인물이다.

대선 후보자 등록 직전 강제로 당 후보를 교체하려던 시도도 정치사에서 경악할 만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윤 전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볼 수 있던 시간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의식한 탓인지 이례적인 후보 교체 절차는 심야에 군사 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무소속이었던 자가 갓 입당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이익 추구형 이동'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작금에 통용되고 있지만, 이 상황에 빗대자면 그야말로 '괴생명체'의 등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래도 생태계에는 자정 능력이 있어 심야의 후보 교체 시도는 결국 무산됐지만, 만약 실행됐더라면 희대의 정치 막장극을 볼 뻔했다.

캠핑 인구가 많아지면서 텐트를 치는 방법을 대체로 잘 알겠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큰 것을 원한다고 한다. 다만 그 텐트의 목적이 국가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반(反)이재명'이라고 한다. 지금 텐트에 생긴 구멍으로 비와 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어떠한 방법으로 더 크게 치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대선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에 보수 진영 인사가 몰리는 것과 달리 김 후보 선거운동 과정에서 역할을 할 인사들이 홀로 부산 광안리로, 미국 하와이로 향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정당의 승패는 선거로 결정된다. 정치 이념이나 정책이 같은 사람이 모인 곳이 정당이라면 그 세력을 더 키우는 것이 이기는 기반이 된다.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둘 때 이번 대선은 물론 이어지는 다른 선거에서도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반대로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적어지면 그 결과로 발생하는 손해는 국민 몫이다. 정치 능력이 없다면 그것을 키워서 국민에게 판단 받아야 하지 국민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해훈 정치사회부 차장
정해훈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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