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관세에 감세 리스크까지…'셀 아메리카' 먹구름 드리우는 美 경제

  • 20년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 10년·30년물 금리도 영향

  • 로이터 "투자자들이 급증하는 부채 우려하고 있음 보여주는 것"

  • 일본과 유럽 등의 장기물 국채 금리도 잇따라 상승세 나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5년 NCAA 챔피언인 플로리다 대학교 남자 농구팀을 초청한 후 떠나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5년 NCAA 챔피언인 플로리다 대학교 남자 농구팀을 초청한 후 떠나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으로 한동안 진통을 겪었던 미국 경제가 이번엔 감세안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추진이 재정 건전성 훼손과 국가 부채 급증 우려를 키우면서 '셀 아메리카(탈미국)' 흐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이날 160억 달러(약 22조448억원) 규모로 진행한 미국 국채 20년물 입찰에서 발행금리는 5.047%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달 입찰 때 발행금리인 4.810%와 비교해 23.7bp(1bp=0.01%포인트) 오른 수치로 발행 전 거래금리보다도 1.2bp 높았다. 20년물 금리는 입찰 후 5.127%까지 상승하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금리도 뉴욕 증시 마감 무렵 5.09%까지 올라 전장보다 12bp 상승하는 등 미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입찰 수요도 부진했다. 이날 응찰률은 2.46배로 집계돼 직전 6회 평균치(2.57배)를 밑돌았다. 이번 미국채 입찰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낮춘 뒤 처음 진행된 쿠폰 국채(이표채) 발행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미국 부채와 감세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이날 미국 증시 주요 주가지수는 모두 1% 이상 하락하고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 8일 이후 처음으로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채권과 주식,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셀 아메리카'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분석업체 액션이코노믹스의 킴 루퍼트 글로벌 채권 분석 총괄 전무는 "실망스러운 입찰 결과는 미국 자산에 대한 수요 약화와 재정적 우려 속에 벌어지고 있는 '셀 아메리카' 움직임과 맞아떨어진다"며 "이러한 시장 불안은 하원을 통과 중인 감세안이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이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압박이 가중되는 미국 정부 재정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감세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율 인하 등 2017년 감세법의 주요 조항 연장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는 이 같은 감세안이 시행되면 세수가 향후 10년간 3조8000억 달러 줄어들고,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2조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업체 미슐러파이낸셜그룹의 톰 디 갈로마 전무도 "우리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태인데 이 문제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며 "지금 시장은 정부와 싸우고 있으며, 이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을지 가늠하려 하고 있다. 부채가 너무 많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속에 일본과 유럽 등 국채 금리도 잇따라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3.185%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6.1bp 오른 5.516%,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도 전장 대비 4.7bp 오른 3.133%를 기록했다. 미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감세와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일컬어지던 선진국 국채들마저 약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프리야 미스라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시장이 정책결정자들에게 재정 건전성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무시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 속에 관건은 다음 번 미국채 입찰이 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다음 주 27, 28, 29일에 각각 2년, 5년, 7년물 국채 입찰이 예정되어 있다. 미국채 20년물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만큼 2년물이나 10년물 등 인기가 높은 국채 입찰이 채권 시장 심리를 판단하는 데 더욱 적절하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다음 주 입찰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면 전 세계 전체적으로 '셀 아메리카' 트레이드에 대한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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