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 대출 3조 줄 때…15조 늘어난 '정책대출', 가계부채 증가 주범

  • 3조 줄어든 5대銀 가계대출…당국 증가율 제한 '무색'

  • 정책대출은 100조 돌파…주담대가 증가액 70% 차지

정책대출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정책대출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대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당국 지침에 따라 은행 재원 대출을 최소화했지만 늘어나는 정책대출 때문에 다시 당국의 압박을 받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734조1789억원에서 이달 20일 기준 12조1100억원 늘어난 746조288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1.65%다.

이 중 은행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가계대출 상품 잔액은 638조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641조91억원보다 오히려 3조37억원 줄어든 수치다. 반면 정책대출은 15조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93조1698억원에서 108조2835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16.22%로 은행 자체 대출 상품 잔액이 줄어든 모습과 대조적이다. 은행이 취급하는 가계대출은 크게 은행 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상품과 금융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자금으로 만든 정책상품이 있다.

정책대출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5대 은행이 취급한 정책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작년 말 48조8671억원에서 이달 20일 59조3735억원으로 10조5064억원 늘었다. 이는 정책대출 전체 증가 폭 가운데 약 70%에 해당한다. 반면 은행 자체 주담대는 같은 기간 오히려 101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은행들이 자체 대출을 줄이자 정책대출로 수요가 쏠리며 전체 가계대출이 증가한 모순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올해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관건은 정책대출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다.

현재 5대 은행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취급 제한을 이어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 주택 구입 자금 목적 주담대를 내주지 않거나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2월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청·청담동)'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시 해제하며 그 후폭풍으로 수도권에 대한 가계대출 취급을 더 강화했다. 하지만 정책대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당국이 올해 은행에 제한을 뒀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무색해졌다. 당국은 앞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정책대출 제외)을 시중은행은 1~2%, 지방은행은 5~6%로 설정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 방침대로 은행이 자율적으로 취급 제한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책대출 때문에 가계대출이 증가한 건 아이러니”라며 “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할 게 아니라 정책대출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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