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에서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분열을 통합으로, 침체를 성장으로 바꾸는 대전환은 투표로 시작된다"며 지지를 호소한 이 후보는 4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집권 후 우선순위 과제와 당정 관계 구상을 밝히며 사실상 취임식을 방불케 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48분쯤 성남주민교회 지하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남색 정장에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이 후보는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이 교회 지하기도실에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곳에서 이번 선거의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준비된 회견문을 담담하게 읽어 나갔다.
성남시는 이 후보에게 있어 정치적 출발점이자 상징적인 공간이다. 특히 성남주민교회 앞에 있는 성남시의료원은 그가 정계 진출을 결심하는 계기를 제공한 곳이다. 변호사로 시민운동을 하던 그는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고 자서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이날도 이 후보는 "처음 정치를 결심할 때의 장소를 국민들께 보여드리면서 저의 진심을 진지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며 "국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사실상 이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는 취임 후 1호 업무로 '민생·경제 상황 점검'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개편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며 후순위로 두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내란 극복은 당연한 과제로 삼되, 자신의 지지층에만 기대어 다른 정당을 배제 및 차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을 대통합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당 대표 시절부터 현재까지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태극기를 어떤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닌 제자리를 찾아주자는 생각에서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 전략에 있어서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트럼프, 김정은 등이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이유는 자국 중심의 이익을 우선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구사하기 때문"이라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만, 중국, 러시아 등과도 국익이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 관계에 대해서는 "수평적이고 일상적인 관계를 구축할 생각"이라며 "좋은 의견을 많이 듣고 나누는 게 국정 실패와 실수를 줄이는 일인 만큼, 가능하다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 운영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국민 및 언론과의 소통 방향에 대해서는 자신을 "호흡하지 않으면 질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정기적 기자간담회를 비롯해 다양한 질의응답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공신력 있는 1인 미디어에도 출입 등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감과 파급력을 고려해 국회의원 시절처럼 즉흥적인 라이브 방송은 제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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