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아시미 고이타 말리 과도 대통령과 회담 후 양국간 협력 문서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오레시니크는 다층 방공망 위로 비행했다가 다수의 소형 자탄으로 쪼개져 개별 낙하하는 특징이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군사 고등 교육기관 우수 졸업생을 초대한 자리에서 “전투 조건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입증한 최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오레시니크의 양산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응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오레시니크를 시범 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현재 이런 무기(오레시니크)에 대응할 수단은 없다”며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벨라루스에 배치할 방침이다.
앞서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나토 방공망이 오레시니크 방어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이 사용하는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으로도 자탄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탄도탄 요격 유도탄 애로우-3, 함대공미사일 SM-3 등으로는 오레시니크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무기는 수량이 제한된 고가의 무기여서 오레시니크가 다량 발사된다면 조기 소진될 수 있다. FP는 “러시아가 오레시니크로 나토 공군기지·지휘통제시설·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가하면 핵무기를 쓰지 않고도 나토가 휘청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나토의 국방비 확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나토가 조만간 정상회의에 새로운 대규모 군사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군사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누가 전 세계 군사화와 무기 경쟁을 촉발하는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나토 지도부가 지속해서 러시아의 유럽 침공 가능성을 거론한다며 “그들은 이러한 공포를 조장하는 날조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자기 국민을 속여 돈을 빼앗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무례한 거짓말에 직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전력 강화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지상·해상·공중 기반 3대 핵전력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면서 현대식 야르스 미사일을 전략미사일군에 배치하고, 올해 안에 투폴레프(Tu)-160M 전략폭격기로 항공 전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무인시스템군을 새로 창설한다고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근거도 없고 정당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란과 오랜 기간 좋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했다”며 “우리 측은 이란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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