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에 이어 상법 2차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부담이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강경한 정년 연장 요구도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산업 '맏형'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년을 60세에서 64세로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핵심 쟁점으로 내세워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엔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86.15%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노조 등도 정년 연장을 사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정년을 연장해 소득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성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청년층 채용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정년 연장이 청년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상관 관계가 확인됐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고령층(55~59세)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최대 1.5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에 따른 고용보다 청년 고용 여력이 약화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은 전반적인 고용 감소와 임금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느끼는 고용 절벽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대기업들도 정기 공개 채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여건'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졸업 청년(15~29세) 가운데 취업자는 71.0%, 미취업자는 29.0%였다. 첫 취업까지는 평균 11.3개월이 걸렸다. 지난 2019년 평균 10개월보다 기간이 길어졌다.
반면 첫 직장 근속 기간은 1년 6.4개월로 2018~2020년(평균 1년 9개월)보다 짧아졌다. 퇴사율은 65.1%로 2020년대 초반(60% 안팎)보다 높아졌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등이 기업의 경영 판단을 크게 제약하는 동시에 노조 활동은 더욱 과도해질 수 있다"며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제품 가격 인상과 일자리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선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잇달아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반(反)기업 법안이 잇달아 통과되는 걸 지켜보며 당혹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라며 "미국의 관세 압박에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의 추격까지 거센 상황에서 결국 기업 친화적인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