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작가 김민지의 단단한 고백
아나운서, 아내, 엄마, 그리고 이제는 작가. 다양한 이름과 역할 속에서 김민지는 한때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첫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를 통해 화려한 타이틀이 아닌 ‘사람 김민지’로서의 삶을 기록한 이유다.
아나운서, 아내, 엄마, 그리고 이제는 작가. 다양한 이름과 역할 속에서 김민지는 한때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첫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를 통해 화려한 타이틀이 아닌 ‘사람 김민지’로서의 삶을 기록한 이유다.

김민지 작가 [사진= 샘터]
반짝임 너머의 삶
책의 제목은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떠올리며 정해졌다. “서두를 일 없이, 반짝일 필요 없이,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는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스스로 충분치 않다고 느껴 슬플 때가 있잖아요. ‘왜 나는 이럴까, 왜 더 나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서로에게 ‘굳이 반짝일 필요 없다, 지금의 모습이면 충분하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목을 붙였어요.”
그는 아나운서, 아내, 엄마라는 사회적 이름 대신 자신의 경험을 ‘김민지’라는 이름으로 써 내려갔다.
“타이틀은 사람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동시에 오해를 만들기도 해요. 저는 학생, 직장인, 엄마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지만 그걸 분리하기는 어렵죠. 그 모든 경험의 총합이 저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된 이후, ‘바다가 되는’ 감각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표현 중 하나는 ‘바다가 되는 것’이다. 엄마가 된 뒤 그는 ‘이대로도 좋다’는 마음을 자주 느끼게 됐다.
“예전에는 늘 성취와 성공을 좇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사회적 인정이 더 이상 크게 탐나지 않더라고요. 저 자체로 충분하다는 감각, 그 자체가 큰 선물이었어요.”
기록으로 남기는 일상의 힘
김민지에게 기록은 일상과 같다. 메모장에는 천 개 가까운 글이 쌓여 있다.
“의미 있는 감정을 느끼면 바로 메모해요. 글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제대로 소화하게 되죠.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까맣게 잊은 감정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지칠 때마다 되새긴 문장
육아 속에서 벅차거나 지칠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생각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다행히 내 앞에는 수많은 날들이 있고, 그날들을 살아갈 수많은 내가 있다’는 생각이요. 오늘이 부족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제게 힘을 줬어요.”
사회의 기대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 속에서 생겨났다.
“저도 제가 반짝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요. 능력, 체력, 타이밍… 이유는 많죠. 하지만 기대한 모습대로 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삶을 좌우하더라고요.”
역할이 늘수록 확장되는 나
김민지는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역할이 늘어날수록 내가 축소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반대로 능력이 더 확대됐다고 느껴요. 매일매일 ‘레벨업’ 하는 기분이랄까요. 세상이 우리를 쉽게 판단해도, 우리 자신만큼은 스스로의 성장을 목도하고 축하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 그리고 삶의 빛나는 순간들
그의 곁에는 늘 같은 길을 걸어온 남편 박지성이 있다.
“남편은 아이들을 정말 존중해요. 자기 방식대로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의 고유성을 인정하죠.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이 배워요.”
김민지가 가족으로서 가장 소중하게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은 단순하다.
“아이들이 안기도록 두 팔을 벌리고 웃는 얼굴이에요. 그럴 때 남편은 그 어떤 영광의 순간에서도 볼 수 없는 얼굴을 보여줘요. 정말 행복하구나 싶죠.”
김민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
“저는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잘 될 때도, 마음처럼 안 되는 날도 있겠지만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는 겸손하지만 분명하다.
“뭐 하나 완벽히 해내지 못해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인으로서 ‘이 정도면 괜찮았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여전히 ‘반짝이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반짝이는 것도 멋지고 훌륭한 일이에요. 하지만 반짝이지 않아도 나쁘지 않아요. 반짝이지 않은 채로도 행복하고 많이 웃으며 살 수 있어요. 반짝이든, 반짝이지 않든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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