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덮친 산재] CEO 줄소집에 규제 폭탄…정부·국회 '전방위 압박'

노동부·국토부·국회까지 나서 규제 통한 산재 해법 제시…"산업 위축 없어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9월 23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과 성동구 신축 건설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건설업계를 향한 전방위 압박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선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설 현장 안전 문제를 도마에 올리는 중이다. 최고경영자(CEO) 줄소환과 규제 강화가 예고됐다.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실효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당정이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규제가 강화될수록 건설 현장은 위축될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는 상위 20대 건설사 대표이사들을 모아 '건설업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동안전 종합대책'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대책 발표 후 건설사 걱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책에는 시공사 책임뿐만 아니라 적정 공사비용과 기간 보장, 발주자 책임 강화 등도 종합적으로 담겼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걱정'을 언급한 것은 정부가 앞서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연결된다. 정부는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거나 영업손실을 본 기업에는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활동을 중단시킨다는 방침이다. 
 

 

불과 40일 전, 정부 주도로 같은 규모의 CEO 회동이 열린 바 있다. 산재에는 정부가 언제든 최고경영진을 불러 모아 이 문제를 직접 챙긴다는 기조로 해석되는 이유다. 지난 8월 14일 김 장관은 20대 건설사 CEO들에게 "(경제적 제재) 조치들이 단순한 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만 강화하면 사업성이 더욱 악화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위축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 30일 발간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에서 올 7월까지 발표된 건설지표가 위축을 이어가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기성은 전년 대비 18.6% 줄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은 진행 중인 공사 실적에 관한 지표다. 건설사 재무와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 등 이번 방안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건설현장들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있다"며 "경제 환경이 위축되지 않도록 적정선과 합의점을 찾아야 경제 주체들의 위축을 줄이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