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장면 1. “나무를 베는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문제에 의견이 엇갈리니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보고 과학적 검증도 하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 장면 2.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이 체계적으로 간벌과 산림 관리를 하고 있다. 산림 총량을 정해 놓고 그것을 넘어서는 만큼만 간벌해 바이오매스(땔감)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간벌을 하는 데 임도가 필요하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설명
지난 7월 처음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의 숲가꾸기(간벌)와 숲길(임도) 개설에 대한 토론 내용이다. 지난달 한 주 동안 산림 최강국인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독·오·스) 산림 전문가들 설명을 듣고 과학적 검증을 위해 관계기관과 숲 및 숲길 현장을 찾았다. 이들 국가 핵심 산림정책은 숲 보호 및 목재 활용, 자연재해 예방, 생물다양성, 힐링 행복장소로 숲 역할을 강조했다. 숲가꾸기 간벌과 숲길 개설에 독·오·스 세 나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 바이에른주 산림청 실장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는 “숲가꾸기를 하지 않으면 산불이나 산사태 우려가 높고, 산불·산사태가 나면 토양과 생태계 전체가 초토화되기 때문에 수종에 따라 30년 혹은 60년 주기로 벌채를 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좋다”고 설명한다. 최고 행복국가이자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어선 스위스 도미니크 샬터 산림청장은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과 산사태 예방에 효과적인 사업”이라면서 “지난해 490만㎥의 목재 수확으로 매출 7조4250억원을 올렸다”고 설명한다. 마티아스 그롤니그 오스트리아 임업부 산림경제국장은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캐나다 등 광활한 나라에 이어 세계 목재 수출 6위 국가”라고 자랑한다. 국토 48%가 산림인 오스트리아 산림클러스터가 지난해 매출 430억 유로(67조억원)를 올렸고, 전체 인구 910만명 가운데 산림클러스터에서 일하는 인구는 11명 중 1명일 정도다.


독일 수도였던 본(Bonn)에 있는 임업부 지속성장가능 산림경제국 프리드리히 슈미트 실장은 “숲 보존이냐 산림경제냐 하는 논의는 이미 끝났다”면서 “보존할 숲은 보존하고 국가경제의 핵심 산림산업과 국민복지서비스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숲가꾸기를 통해 공익적·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이산화탄소 흡수가 더욱 왕성해진다는 과학적 자료를 보여주었다. 너도밤나무 40년생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는 소나무가 가장 많은 수종이지만 소나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실화에 산불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간벌을 통한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이산화탄소 흡수(119톤/㏊)와 목재 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독일·스위스를 방문한 날 알프스산 임도에서 최첨단 기기 하베스트, 포워드와 집적기를 활용해 목재를 수확하고 있었다. 또 다른 숲길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트레킹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처럼 모두베기를 하지 않고 부분 벌채로 숲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 알프스산 지역 루폴딩의 국유림관리소 요하임 케슬러 소장은 “거의 기계에 의존에 벌채 작업을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언제 벌채할지 결정한다”면서 “나무에 곤충 벌레가 발견되면 확산되지 않게 즉각 벌채에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벌채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독·오·스의 신재생에너지로 목재 바이오매스가 전체 에너지 중 15%를 넘는다. 2024년 독일 산림클러스터산업에 약 100만명이 근무하면서 매출 1806억 유로(약 240조원)를 올리고 있어 자동차산업에 견줄 정도다.
또한 독·오·스 세 나라에서 숲길(임도) 확충 및 보수유지에 대한 논의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독·오·스가 ㏊당 50m로 ㏊당 4.11m인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넘게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케슬러 소장은 “목재 수확은 물론 시민들이 숲에서 힐링하고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숲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독일 시민 68% 이상이 매주 1회 이상 숲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레저, 스포츠, 힐링하는 데 숲길이 절대적이다. 스위스 시그릴스빌 지역 산림관리사무소 로만 크로이젠 소장은 임도 정책에 대해 “숲길 신축, 확장, 정기적 유지보수 및 지속적인 유지보수로 구분한다”면서 “새 숲길은 지형에 따라 m당 50~100프랑, 숲길 확장은 m당 20~60 프랑, 8~15년마다 정기적인 유지보수작업에는 m당 30~40프랑, 지속적인 유지보수에는 m당 1~3프랑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독일·오스트리아도 비슷하게 숲길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숲길 확충과 관리에 적극적인 이유는 산림경제·복지서비스, 즉 “신산림국부론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대한민국이 50년 전 독일 산림전문가 및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해 “민둥산에서 산림녹화에 성공했다”는 신화에 취해 있을 때 산림최강국 독·오·스는 '산림이 국부의 원천이며 힐링과 스포츠 장소'로 적극 활용해 또 앞서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신(新)산림국부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리더들의 ‘숲나무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인 숲보존을 뛰어넘어 산림이 국가 부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자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필자가 리드해 경북 지역 화마 피해목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가구로 제작(코아스 민경중 대표)하고, 이에 대해 지난 10월 1일 ‘경북 산불 피해목 APEC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회 포럼을 안동 김형동 의원과 산림청 주최로 열었다. 일본 오사카 엑스포도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목재를 세계 최대 목재건축물(둘레 2025m) ‘그랜드링’이라는 상징물 제작에 활용했다.
둘째, ‘신산림국부론’에 걸맞은 산림정책 대전환이다. ‘바라만 보는 산이 아니라 돈이 되는 산림‘ 정책이다. 국토 63%가 산이고, 임목축적이 165㎥/㏊까지 늘었지만 국산 목재 자급률이 18%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국산 목재 사용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목재 수입이 아니라 자급자족으로 국부를 창출한다.
셋째, ‘K-우드 사랑 캠페인’이다. 한우 장려운동처럼 정부, 목재 관련 협회, 언론(공영방송) 등이 나서서 국산 목재 활용 장려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전체 주택 중 25~50%가 목재다. 새 주택은 거의 나무로 짓고 있는 셈이다. 콘크리트·철근 아파트보다 목재 집이 건강과 기후위기에 좋다. 경북 산불 피해 지역 피해목과 최고 목재 금강송 등 국산목재로 ‘K-목재 빌리지’ 건설 랜드마크가 필요하고 또 온·오프 매체, 웹비나 등을 통해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산림청의 위상 제고와 독·일·오·스 등 4개국 산림 국제 콘퍼런스 개최다. 기후위기로 산불 및 산사태가 빈번해짐에 따라 산림청장이 대통령·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산림청 위상 제고다. 또 김성환 장관이 지적한 대로 독·일·오·스 4개국 전문가를 초청해 국회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이다. 후진국 모습인 소모적인 산불 원인과 숲가꾸기 및 임도 개설 논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함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민주당 어기구 농림수산위원장은 "유럽 최고인 오스트리아처럼 숲을 황금밭으로 만드는 신림경영대전환"을 제안했다. 또 케슬러 소장 등 유럽 산림전문가들은 "숲가꾸기 및 목재 활용이 국부이자 AI(인공지능)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택환 원장(미래전환정책연구원)
국가비전전략가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미중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 미래>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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