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만으론 부족"…AI 기업이 제시한 국가주도 성장 조건

  • 실증·첫 수요가 관건…회수 경로까지 '시장 설계' 필요

  • 데이터·운영·보안·표준까지 '서비스 인프라'로 묶어야

  • 정책 무게중심 '모델'에서 '서비스'로 이동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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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양자·우주 같은 전략기술 투자는 ‘국가 미래’로 불리지만, 현장에선 기술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패 확률이 높고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길다. 기술이 좋아도 첫 고객을 찾기 어렵고, 규제와 표준(공통 규격)은 뒤늦게 정리된다. 민간 단독 투자로는 상용화가 더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기업들이 국가 주도 성장에서 정부에 주문하는 역할은 단순한 보조금 확대가 아니다. 연구개발(R&D)을 넘어, 기술이 시장에서 검증되고 확산된 뒤 회수(상장·인수합병)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김진우 라이너 대표, 박민준 뤼튼AX 대표, 이정수 플리토 대표 등 AI 스타트업 대표 4인은 정부가 ‘투자자’가 아니라 ‘시장 설계자’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현장이 가장 먼저 꼽은 과제는 실증(현장 검증)이다. AI는 모델 성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업무에 붙여 오류·보안 문제를 점검하고, 현장 데이터로 성능을 반복 개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비용과 책임이다. 실패 책임이 기업에만 쏠리면 고객은 도입을 미룬다. 김동환 대표는 “AI 경쟁이 ‘모델 개발’에서 AX(업무·산업 전환)로 옮겨갔다”며 “AI 제품·서비스 전반의 실증 기회를 넓히기 위한 법적 근거와 지원책, 그리고 AI 규범(운영 원칙)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수요도 중요하다. 초기 시장에서 부족한 것은 기술보다 신뢰다. 공공 조달(정부 구매)이 ‘첫 구매’로 작동하면 도입 사례가 쌓이고, 민간 고객도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김동환 대표는 “공공·행정이 먼저 구매·적용해 성과를 만들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프라 논의도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데이터·운영·보안·표준까지 포함한 ‘서비스 인프라(제품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기반)’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정수 대표는 “AI 경쟁력의 출발점이 고품질 데이터”라며 “공공·산업 데이터는 표준화(형식 통일)·비식별화(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처리) 원칙 아래 기업이 학습·검증에 바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접근이 막히면 해외 데이터·플랫폼 의존이 커져 장기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서비스로 옮겨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진우 대표는 “정책이 모델과 인프라에 치우쳤다”고 진단하며 “산업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용자가 돈을 내고 반복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인프라가 커도 서비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투자 회수와 고용이 국내에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민준 대표는 “기업 도입이 AICC(AI 컨택센터·AI 상담 시스템) 등에서 빠르게 늘고, 에이전트(업무 수행 AI)처럼 실제 일을 처리하는 형태가 확산될수록 ‘현장 운영 경험’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결국 서비스는 ‘출시’가 아니라 ‘운영’에서 갈린다는 뜻이다.
 
규제는 강도보다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상장(IPO)·인수합병(M&A) 같은 회수 통로가 보여야 민간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온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우 대표는 “물을 끓게 만드는 건 마지막 1도의 화력이고, 그 화력은 결국 집중된 자본과 전략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정수 대표도 “정부가 기술을 대신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실증과 첫 수요, 그리고 회수 경로만 제대로 열어주면 민간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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