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의 재팬 룸] "곰 이어 오소리·여우까지"…日 도심에 다시 나타난 야생동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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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일본 도심 공원과 강변에서 한때 자취를 감췄던 오소리와 여우 등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녹지 확대와 생태 환경 회복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인수공통감염병과 생활 피해 우려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도쿄 공원서 포착된 ‘멸종 상태’ 오소리

지난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립 히카리가오카공원에서는 지난해 6월 심야 시간대 오소리(아나구마)가 포착됐다. 공원 내 숲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해당 조사는 도쿄도의 위탁을 받아 자연 관찰 활동을 진행 중인 일본 민간 환경단체 ‘생태공방’이 실시했다.

오소리는 족제비과 포유류로, 주로 땅에 굴을 파고 생활하며, 개구리나 가재 같은 작은 생물을 먹고 산다. 일본에서는 산림이나 농촌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도쿄도 레드데이터북에 따르면 오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도쿄 도심 지역에서도 확인됐지만, 전후 급격한 도시화와 주택 개발 이후 자취를 감춰 사실상 ‘도심 절멸 상태’로 분류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도심 공원에서 다시 발견되자 현지 연구자들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실제 생태공방 측은 올해 3월 공원 숲속에서 오소리 굴까지 발견했으며, 5월에도 다시 촬영에 성공했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지나간 개체가 아니라 일정 수준 정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우까지 등장…“강변 따라 이동한 듯”

비슷한 사례는 도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바현립중앙박물관 부지에서는 2020년 이후 자연관찰 카메라에 오소리가 여러 차례 포착됐다. 지바시 레드리스트에서는 오소리를 1984년 이후 확인 사례가 없는 ‘행방불명·멸종 생물’로 분류해 왔다.

도쿄 이타바시구에서는 지난해 가을 아라카와 강변 카메라에 여우가 촬영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구내에서 여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강변 녹지를 따라 이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태공방에 따르면 올해 초에는 히카리가오카공원에서도 여우가 확인됐다.

일본 환경성이 2022년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오소리는 최근 수도권 주변을 포함해 분포 범위가 다시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대 조사와 비교하면 도시 인근 서식 흔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녹지 늘자 야생동물 돌아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가장 큰 배경으로 ‘도시 녹지 확대’를 꼽는다. 실제 도쿄도의 도시공원 면적은 2014년 약 5771만㎡에서 지난해 6124만㎡까지 증가했다. 공원과 하천 부지에 나무와 수풀이 늘어나면서 야생동물이 다시 정착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도쿄농공대의 고이케 신스케 교수는 “전후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산속으로 밀려났던 동물들이 공원과 하천 녹지가 회복되면서 다시 도시 주변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이를 두고 “도시 생태계 복원 신호”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일본 대도시는 과거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녹지가 크게 줄었지만, 최근에는 공원 확대와 친환경 도시 정책이 이어지면서 생물 다양성이 일부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생활 피해 우려도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인수공통감염병 문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생활권을 공유하게 되면서 각종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도시 지역 너구리 개체 수 증가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도는 진드기로 인한 피부병 때문에 털이 빠진 너구리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와 주택 침입, 배설물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야생동물을 반려동물처럼 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먹이를 주거나 가까이 접근할 경우 인간 생활권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되고, 공격성이나 질병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고이케 교수는 “오소리와 여우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동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야생동물”이라며 “만지지 말고 가까이 가지 말고 먹이를 주지 않는 등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곰과 멧돼지, 원숭이 등 대형 야생동물의 민가 출몰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도심 소형 야생동물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지에서는 “사람과 야생동물의 거리 설정이 새로운 사회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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