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AI시대 구글 성공 이야기] 스마트 크리에이티브가 세상을 바꾼다

  • 'How Google Works'가 한국 AI 기업들에게 던지는 질문

21세기 기업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 신화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애플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성장 방식까지 들여다보면 공통의 철학이 있다.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믿었고, 사람보다 문화를 먼저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철학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이 바로 『How Google Works』이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인터넷 혁명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는지,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에 있었던 기업이 어떠한 원칙으로 사람을 뽑고, 조직을 운영하며, 혁신을 지속했는지를 기록한 경영 교과서다. 공동 저자인 에릭 슈미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작은 검색회사를 세계적인 기술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너선 로젠버그는 제품 전략을 총괄하며 검색과 광고,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이끌었고, 앨런 이글은 그 경영철학을 정리했다. 세 사람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혁신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 책의 핵심은 단 하나의 개념으로 압축된다. 바로 스마트 크리에이티브(Smart Creative)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동력이 경쟁력이었고,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기술과 창의성, 실행력과 비즈니스 감각, 협업 능력과 학습 능력을 함께 갖춘 사람이 경쟁력이다. 구글은 이러한 인재를 '스마트 크리에이티브'라고 불렀다.

스마트 크리에이티브는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동료와 함께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직급보다 실력이 우선이며, 권위보다 논리가 앞선다. 회사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조직이 아니라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은 채용을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한 명의 관리자가 독단적으로 사람을 뽑지 않았다. 미래의 동료들이 직접 면접에 참여했고, 다양한 시각으로 지원자의 잠재력을 검증했다. 현재의 경력보다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협업 태도와 호기심을 더 높이 평가했다.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뽑고,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뽑는다"는 원칙은 오늘날에도 널리 인용된다.

구글의 조직문화는 더욱 독특했다. 정보는 가능한 한 공개하고,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에서는 직급이 아니라 데이터가 말했고, 반대 의견도 자유롭게 제기됐다. 의사결정이 끝나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토론은 치열했지만 실행은 빨랐다. 이러한 문화는 관료주의를 줄이고 혁신의 속도를 높였다.

『How Google Works』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제품 중심주의다. 많은 기업은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구글은 기술적 통찰에서 출발했다. 기존 제품을 조금 개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을 찾았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이 구글 성장의 밑바탕이었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혁신의 필수 과정이었다. 실패한 프로젝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 사용자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남겼다. 실패를 처벌하는 조직에서는 누구도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축적하는 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 구글은 이러한 철학을 실제 경영에 적용했고, 그 결과 수많은 실험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
 
구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이 자주 사용하는 '10배 혁신(10X Thinking)'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사보다 10%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머물지 말고, 세상을 바꿀 정도의 도약을 목표로 삼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검색, 지도, 이메일, 모바일 운영체제, 클라우드,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구글의 성장 경로를 설명해 준다.

결국 『How Google Works』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혁신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뛰어난 사람을 모으고, 그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 때 혁신은 자연스럽게 싹튼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지만 문화는 쉽게 복제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특허나 설비보다 사람과 조직문화에 있다.

오늘날 생성형 AI가 산업의 판도를 다시 바꾸고 있는 지금, 이 책은 10여 년 전의 경영서가 아니라 미래를 예견한 안내서처럼 읽힌다. AI의 성능은 시간이 지나면 평준화될 수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는 사람의 수준과 조직문화의 수준은 결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결국 미래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인재가 가장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 될 것이다. 그것이 『How Google Works』가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한국 AI 기업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나ㅡ도덕경·주역·손자병법이 말하는 AI 시대의 경영철학

『How Google Works』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에 이르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의 AI 기업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글을 흉내 내라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성공한 원리와 철학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 기업은 복제의 대상이 아니라 통찰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알고리즘과 대규모 언어모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람의 창의성과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GPU의 숫자보다 사람의 수준에서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초거대 AI와 검색, 클라우드 기술을 축적해 왔다. LG AI연구원은 산업형 AI를 확대하고 있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신생 기업들은 AI 반도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로봇과 피지컬 AI가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채용 철학부터 달라져야 한다. 학벌과 경력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을 중심으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둘째, 실패를 처벌하는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에서는 혁신이 자랄 수 없다. 실패를 공유하고 그 경험을 다음 도전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셋째, 최고경영자가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넷째, 데이터를 개방하고 조직 내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보가 특정 부서에 머무는 순간 혁신은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한다. AI 산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특히 한국은 이제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에는 해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최초의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 세계는 이미 플랫폼 경쟁, 생태계 경쟁, 데이터 경쟁으로 넘어갔다. 여기에서 뒤따르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구글이 그랬듯이 새로운 길을 먼저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혁신 철학이 동양의 고전에서도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는 점이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말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결국 바위를 뚫고 강과 바다를 만든다. AI 시대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권위로 누르는 조직보다 유연하게 흐르는 조직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자유로운 토론과 자율적인 협업은 물처럼 흐를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노자는 또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고 했다. 억지로 통제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방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구글의 스마트 크리에이티브 문화 역시 같은 철학 위에 서 있다. 간섭을 줄이고 신뢰를 높일수록 창의성은 더욱 살아난다.

《주역》은 변화의 철학이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어제의 성공 방정식이 오늘의 실패 원인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결국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은 전략의 본질을 일깨워 준다. 손자는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조건을 갖춘 뒤 싸움에 나선다는 뜻이다. 구글 역시 시장에 먼저 뛰어든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재, 데이터와 플랫폼이라는 승리의 조건을 충분히 준비한 뒤 시장을 열었다. 또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처럼 경쟁사만 연구해서는 안 된다. 고객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이해하며, 자기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아는 기업이 AI 시대의 승자가 된다.

이 세 권의 고전은 시대와 국경은 다르지만 공통된 가르침을 전한다. 유연하게 흐르고, 변화에 적응하며, 충분히 준비한 뒤 과감하게 실행하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구글은 이러한 철학을 현대의 기술 경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AI를 단순한 산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가 문명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구글은 검색엔진 하나를 만든 기업이 아니라, 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었다. 그것이 오늘날에도 세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는 이유다.

한국의 AI 기업들이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특정 기술이나 알고리즘이 아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조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하는 의사결정, 그리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평준화되지만, 철학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부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문화, 전략과 철학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완성된다. 구글이 보여준 성공의 본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빠르게 따라가는 나라'를 넘어 '새로운 길을 먼저 여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사적 과제이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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