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수출과 내수 부진에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부실 계열사와 공장을 정리하고,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력감축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자동차업체에 이어 국내 조선 1위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지속하기로 했고 LG화학과 SK텔레콤도 사업규모 축소나 사옥 매각 등에 나섰다. 산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는 연말로 갈수록 더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희망 퇴직원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황이 장기화돼 작년보다 수주가 40% 줄자 인력 감축을 택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만 50세 과장급 이상 관리직 2000여명이 대상에 올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해 전체 임직원 중 800여명이 퇴사했다. 이에 앞서 한국GM도 지난 6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130여명이 지원했으며, 이들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퇴직 처리된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부진으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의 전기차 배터리 신공장의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추고 있다. GM의 전기차인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볼트 판매 목표는 4만대였지만 9월까지 1만6000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 실시에 앞서 지난 7월 7463억여원의 현대차 주식을 매각한 바 있고, SK텔레콤이 서울 소재 사옥 3개를 연내 매각 추진하는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세계 굴지의 선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국내 구조조정 분위기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듀폰이 1500명을 정리하는 등 대규모 비용감축 계획을 밝히고, 소니 또한 2000명의 인원을 감축키로 한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몰린 기업이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생존을 보장받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철저한 구조조정이 감원의 반복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이 부작용을 낳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강석구 팀장은 "기업들이 경제사정과 경영여건이 급변하게 됨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한 사전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지나친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동력을 훼손하고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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