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항공사들에 지난 10일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기종인 미국 항공기제조사 보잉 '737 맥스(MAX) 8'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라고 11일 지시한데 따른 후폭풍이 커보인다.
◆737 맥스 구매 '큰손' 중국···246개노선, 355편 항공편 '영향'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11일 오전 11시(현지시각) 기준으로 중국 민항국이 지시한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 잠정 중단 조치로 인해 영향을 받은 중국 국적 항공사 항공편은 246개 노선에서 355편에 달했다. 이중 256편은 대부분 '737 NG' 기종으로 교체됐으며, 29편은 결항됐다. 나머지 항공편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리젠(李健) 중국민항국 부국장은 "미국 연방항공국(FAA), 보잉 측과 소통했지만 미국 쪽에서 (운항 중단) 결심을 하지 못해서 중국 측이 먼저 주동적으로 나서서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을 결정하고 미국 측에 통보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FAA, 보잉이 해당 기종의 비행 안전을 확보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한 것이 확인되면 자국 항공사에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을 재개하라고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여객기 참사로 중국인 승객 8명이 사망했다"며 "현재 중국은 2명으로 이뤄진 팀을 현장에 급파해 사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보잉 737 맥스 기종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중국민항자원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적항공사가 운영하는 737 맥스 8 기종 여객기는 모두 96대다. 남방항공(24대), 에어차이나(15대), 하이난항공(11대), 상하이항공(11대), 샤먼항공(10대), 산둥항공(7대), 선전항공(5대), 동방항공(3대), 상펑항공(3대), 아오카이항공(2대) 푸저우항공(2대), 쿤밍항공(2대), 주위안항공(1대) 등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인도된 보잉 737 맥스 기종의 20%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특히 중국 최대 항공사인 남방항공의 경우, 지난 2017년 10월 보잉사로부터 737 맥스 8 기종 30대를 대당 1억370만 달러에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남방항공은 올해 12대, 내년 18대를 차례로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남방항공 산하 샤먼항공 역시 보잉과 지난해 3월 20대 737 맥스 8 기종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매일경제신문은 밝혔다.
이번 737 맥스 8 기종 운항 중단이 승객에 미치는 불편함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중국 내에서 운행되는 보잉 737 맥스 8 기종은 모두 96대로, 전체 운항 여객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그치기 때문이다.
◆ "경제적 배상하라" 보잉에 경고장 날린 中 관영언론
중국 민항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운항 중단에 따른 영향 얼마나 클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항공기 기종 변경, 항공편 조율 등에 조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확한 건 미국 보잉사 조사 결과 나온 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이날 온라인 사평에서 "보잉은 주동적으로 737 맥스 8 기종 운항을 중단하고, 경제적 손실을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사평은 "아직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보잉 737 맥스8이 지속적으로 운항한데 따른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때에 보잉이 주동적으로 나서서 해당 기종의 전 세계 운항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운항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부담하고,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리스크를 제거한 후에 비로소 해당 기종의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야말로 도덕적이고 책임있는 기업의 자세라고도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 항공 시장인 중국이 737 맥스 운항을 중단하면서 보잉 재무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중국이 자국 항공산업을 키우기 위해 운항 중단 조치를 취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이를 계기로 자국 항공기인 코맥 C919를 전 세계에 홍보하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미·중 무역협상 새 분쟁요인 될까···
항공 업계에선 보잉 구매 '큰손'인 중국이 선도적으로 운항 중단을 한 것이 미·중 무역 협상의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의 보잉 여객기 구매가 미·중 양국의 새 무역협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해왔기 때문.
실제로 미국 측은 중국이 앞장 서서 해당 기종 운항을 중단한 것에 내심 불편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환구망에 따르면 11일 미국의 한 익명을 요구한 관료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무슨 근거로 운항을 중단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해당 기종은 미국에서 일류의 안전기록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원인에 관한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은 중국처럼 해당 기종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던 중 추락해 승객 157명 전원 사망했다. 사고 여객기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737 맥스 8 기종으로,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라이온에어 소속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5개월 만에 두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한 보잉 737 맥스 8 안전성 우려가 확산되며 중국 민항국은 11일 국적 항공사에 이날 오후 6시까지 해당 기종 운항을 모두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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