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등에 업고 금융지주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은행주는 연초 대비 상승폭이 최고 50%를 웃돌며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홀로 박스권에 갇히며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예상 대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며 밸류업 모멘텀에서 소외됐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7만7300원에 장을 마쳤다. 연 최저가인 4만8900원과 비교하면 58% 상승한 수치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최고가 기록(8만3400원)을 경신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오는 7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대치에 부합하면 주가는 9만원을 무난히 돌파하는 것은 물론 10만원에 바짝 다가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주환원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인 하나금융도 연초 대비 상승폭이 50%에 육박한다. 신한금융은 20%, 우리금융은 15%가량 올랐다. 금융지주는 분기 배당을 하고 있는 데다 자사주 소각과 매입에도 적극적인 만큼 대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혀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충족하는 금융지주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이어갈 것"이라며 "고금리 고착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와 규제 리스크 심화 우려는 있지만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주들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카카오뱅크는 주식이 되레 빠지며 역주행 중이다. 1월 2일 종가 기준 2만8000원이던 카카오뱅크는 23일 2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상장 직후 최고가 8만8900원을 찍은 뒤 1년 만에 2만원대로 고꾸라졌고 현재까지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가 힘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출성장률 둔화가 꼽힌다. 누적된 자산성장에 따른 실적개선 추세는 이어질 수 있지만 순이자마진(NIM)과 대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며 성장률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차별화된 투자포인트가 없는 것이 약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1분기를 기점으로 대출성장 모멘텀을 상실했다"며 "당분간 밸류업 수혜주로 인식되는 전통은행과는 반대되는 주가 흐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