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부채가 막힌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개인사업자대출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111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115조7000억원) 대비 3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1118조5000억원)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경영난에 고금리 영향이 본격화하며 자영업자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6개월 연속 감소한 572만1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올 2분기 돈을 빌린 자영업자 수는 3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대출 잔액도 지난해 3분기 기록을 깼다.
전체 자영업자 수가 줄어든 만큼 기존에 대출을 받지 않았던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기존 차주가 추가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자금 상당액이 가계대출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은행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자영업자 대출의 규제가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주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영향을 받듯 자영업자들도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의 적용을 받기는 한다. LTI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에 근로소득 등을 합산한 총소득과 해당 자영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가계대출·개인사업자 대출 등을 합친 총부채를 비교한 것이다. 그러나 대출한도가 강제되는 DSR과 달리 LTI는 대출 참고 지표로만 활용돼 규제 효력이 크지 않다.
잔액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채의 질이다. 신용정보원에 채무불이행으로 등록됐거나 90일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지난 2분기 13만5000명으로, 1년 만에 4만2000명 증가했다. 이들 연체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27조1000억원이었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들도 지난해 4분기 8만명(19조원)에서 올 1분기 8만8000명(20조6000억원), 2분기 9만3000명(21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예방과 축소를 위한 규제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LTI의 규제 비율을 도입해야 대출 수요관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강화, 정확한 정보 제공 및 투명성 제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의 용도 이외의 유용을 막거나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LTI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에게도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려준다'는 대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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