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 변화가 지목됐다.
AfD는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구(舊)동독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부 독일의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가 원내 2당의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AfD의 정치적 기반이 동독 지역 바깥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뒤스부르크를 지목했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뒤스부르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항만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철강 산업이 발전한 곳이다. 2000년에는 독일이 생산하는 전체 금속의 49%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뒤스부르크는 철강산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많이 거주해 그동안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뒤스부르크의 정치적 풍경이 급변했다.
1970년대 뒤스부르크의 인구는 60만명에 달했지만, 일자리 감소 여파로 현재 50만명까지 감소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민자에 대한 태도였다. 뒤스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출신 노동자를 적극 수용하면서 이민자를 환영하는 도시 중 하나였다. 이민자의 노동력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0년 전부터 중동 지역의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이민자가 아니라, 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에 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일부 난민의 범죄도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하는 데 한몫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AfD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AfD는 뒤스부르크 북부 지역구에서 지난 총선에서 두 배 이상 오른 24.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SPD는 이 지역구에서 1위를 수성했지만, 득표율은 11.7%포인트나 폭락한 25.2%에 그쳤다. AfD랑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뒤스부르크에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겼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모방한 듯 ‘뒤스부르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적힌 AfD의 선거용 모자와 포스터가 곳곳에 있었다.
이 지역에 Afd 후보로 출마한 알란 이마무라는 "예전에는 유권자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보거나 심지어 모욕하기도 했다"면서 "올해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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