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 2020년=100)는 103.7로 1년 전에 비해 4.5% 감소했다. 2023년 7월(-6.6%)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이다.
산업별로는 가구가 전년 대비 24.6%, 자동차·트레일러가 14.4%, 전기장비가 12.7%, 1차 금속이 11.4% 각각 줄었다. 반도체(20.8%)가 포함된 전자부품·컴퓨터 등 제조업은 13.8% 늘어나면서 감소 폭을 그나마 축소시켰다.
전월 대비 제조업 생산은 14.8% 감소했다. 2019년 2월 이후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밀어내기 수출로 인해 전월 대비 큰 폭 증가세를 나타냈고 1월 이른 설 연휴에 조업일이 축소되면서 주요 지표가 감소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모든 단계의 판매액을 합한 총산출액 기준 제조업 비중은 40% 수준이다.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일본 비중이 30% 내외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산업은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제조업 생산이 역성장하면서 연초 수출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수출 플러스'로 반전에 성공했지만 1월 역성장 여파로 1~2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4.75% 감소했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월 역성장한 여파가 크다.
우리 경제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관세·보조금 압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연방의회에서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상호관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미국은 오는 4월 2일부터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부가가치세와 플랫폼법, 환경 규제 등 비관세 영역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보다 관세가 4배 높다"고 말한 것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을 키운다.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 혼란이 커지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 채 현금을 쌓아 놓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 투자는 14.2% 줄었다. 2020년 10월(-16.7%)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 설비투자가 적은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짙어진 영향도 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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