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회사 가맹 택시에 승객 호출(콜)을 몰아줬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한 271억 원 과징금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택시 호출 배차 알고리즘이 특정 기사 집단에 유리하게 작동했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271억 원의 과징금과 관련 시정명령 모두를 취소했다.
공정위는 2023년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호출 앱 ‘카카오T’의 배차 알고리즘을 비공개로 조정해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일반 호출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일반 호출은 별도 수수료 없이 이용 가능한 방식이었고, 가맹택시는 일반과 블루 호출을 모두 수주할 수 있었다. 반면 비가맹 택시는 일반 호출만 가능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점유율 90%를 넘는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가맹 기사 유치를 유도하면서 사실상 비가맹 기사들을 배제했다고 판단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호출을 가맹택시에 편중되도록 배차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22년 한 해 일반 호출 매출을 기준으로 잠정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했고, 이후 의결을 통해 최종 271억 원으로 확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입증자료만으로는 배차 로직이 부당한 차별을 의도했거나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맹택시 도입 전부터 ‘배차 수락률’ 등의 지표가 알고리즘에 반영돼 있었고, 이는 승차 대기 시간 단축 등 이용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카카오 측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의 법리적 핵심은 배차 알고리즘과 같은 플랫폼 운영방식이 공정거래법상 위반 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호출 결과가 아닌, 고의성·차별성·경쟁 제한 효과 등이 실질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특히 플랫폼이 정한 배차 기준이 사전에 투명하게 고지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불공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산업에서 핵심적 기능인 알고리즘 설계·운영의 자율성과 규제의 경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알고리즘 개입이 불공정 행위인지 여부는 그 구조와 결과뿐 아니라 설계 동기, 시장 영향, 사업자 간 차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판결 직후 입장을 내고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간 차별이 없었고, 소비자와 기사 모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배차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상생을 기반으로 승차난 해소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상고할 경우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플랫폼 기반 시장에서 알고리즘 운영과 공정경쟁 규제의 접점을 둘러싼 법리 검토가 분수령에 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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