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지점이 빠르게 줄고 있다. 불과 3년 전에 비해 160곳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속도라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600곳 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는 가운데,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소외계층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점포 수는 679곳을 기록했다. 2022년 기준 838곳에서 3년 만에 160곳 가까이 사라졌다.
점포 수 감소율도 가팔라지고 있다. 2023년(798곳)에는 전년 대비 -4.77%(40곳↓)에서 2024년(735곳)에는 -7.89%(63곳↓), 올해는 -7.62%(56곳↓)로 2년 연속 -7%대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 시 3년 간 연평균 약 53곳이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위치가 겹치거나 수익성이 낮은 소형 점포를 우선 정리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디지털 채널로 고객을 흡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점포 축소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해야 하는 고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약 1410만명이다. 이 중 50대가 316만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이상 고령층도 301만명에 달한다. 비교적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층만 오프라인 지점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1곳당 평균 4400명이 몰린다. 전체 개인투자자 수로 나누면 지점당 평균 약 2만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 개인투자자 수 대비 점포 비중은 0.0048%, 5060세대의 점포 대비 비중도 0.02% 수준으로 실질적인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점포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디지털 채널 확대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과 온라인 주식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증권사들의 비용 구조와 영업 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 NH투자증권의 디지털 고객 수는 2020년 약 138만명에서 2024년 523만명으로 4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고, 미래에셋증권의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도 2022년 89만건에서 2024년 167만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전국 소형 점포를 정리하고, 강남·여의도 등 자산가 밀집 지역에 복합점포(WM센터)를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20년 78개였던 점포를 2025년 기준 61개로 줄였고, NH투자증권은 69개에서 54개로 축소했다. 신한투자증권(74곳→64곳), 삼성증권(63곳→29곳)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중심의 전략이 수익성과 효율성에는 부합하지만,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불편과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적응도는 낮은 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대의 인터넷 금융 이용률은 34.9%, 70대 이상은 11.6%에 불과했다. 전체 국민 평균(60.8%)과 큰 차이를 보인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며 적응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의 경우 작은 글씨, 빠른 화면 전환, 복잡한 인증절차 등으로 인해 모바일 금융앱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다수 증권사 MTS의 고령자 특화 서비스는 ‘큰 글씨 보기’, ‘ARS 안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거 농어촌 지역에서 은행 접근이 어려웠던 사례처럼, 지역 거점 우체국이나 지방금융지원센터 등을 활용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비대면 전환의 속도만큼,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정책과 창구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일부 증권사는 모바일 기기 활용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전화 기반의 ‘투자상담 핫라인’ 또는 ‘방문 상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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