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의 냉기가 정비사업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까지도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무리한 경쟁입찰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비사업마다 경쟁입찰이 사라지고 '단독 입찰→유찰→수의계약'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권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강남을 벗어난 지역에선 응찰에 나서는 건설사조차 찾기 힘들고,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강남권 단지들조차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과 재입찰을 반복하는 중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4-1구역은 지난 8일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한 곳도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유찰됐다. 조합은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나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예정 공사비가 약 4195억원이고 월계로와 북서울꿈의숲과 인접해 교통여건이놔 주거환경이 나쁘지 않지만 '무응찰'이 나오면서 향후 경쟁입찰은 일단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강남권 최대어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 단독 응찰로 유찰되며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은 재공고에 들어갔고, 2차도 유찰될 경우 도시정비법상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이곳의 총 공사비는 약 2조7488억원 규모인 만큼 건설사들의 빅매치가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현대건설의 무혈입성이 예상되고 있다.
압구정2구역 근방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빠진 뒤로는 다른 정비사업장과 비교해 다소 조용해진 모습"이라며 "시공사 경쟁이 사라지면서 조합원을 위한 금융지원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2구역 외에도 강남권 정비사업장에서는 유찰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조합은 1차 입찰 때 현대건설 단독 지원으로 한 차례 유찰된 바 있고, 2차에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5월 수의계약으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송파구 잠실우성도 1차 입찰에서 GS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서초구 방배신삼호는 두 번의 시공사 선정 경쟁입찰이 유찰된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지난 7월 27일 시공사 선정이 끝내 불발됐다. 정비구역 해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31.06으로,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30% 이상 올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누적 상승률(약 15%)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영향인데, 7월부터 민간이 공급하는 공동주택에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5등급 이상 설계가 의무화 되면서 추가 공사비 상승이 예상된다.
이에 건설업계가 무리한 수주보다 리스크 통제에 무게 추를 놓으면서 선별 수주나 보수적 응찰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을 갈수록 더 따질 수밖에 없다며"며 "무리한 공사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비사업장 규모와 용적률을 따져서 건설사의 노력 대비 수익이 확보가 돼야 수주에 나설 수 있다"며 "용적률이 높거나 세대 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비가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 안에 있는 재건축 단지라 해도 입찰 도전 자체를 어렵다고 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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