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중국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과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쟁점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협상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산 소프트웨어가 포함되거나 이를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프트웨어는 노트북부터 항공기 엔진까지 기술 제품 대부분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출통제가 이뤄질 경우 기술 관련 분야에서 미·중 간 무역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면서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이러한 수출통제가 시행된다면 주요 7개국(G7) 동맹국과 협력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재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서 미국 산업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재를 실제 시행하는 것보다는 중국 압박 목적이 강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미국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며 “(제재가) 시행되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 조치를 발표할 수 있지만, 시행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막판 이견 조율에 나선다.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오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24~27일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연다고 중국 상무부는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중국이 최근 미국을 겨냥해 발표한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비판하며 "이번 주말에 이 문제가 해결돼 양국 정상이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회담할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후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시 주석과 만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과 관련해 이날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희토류뿐만 아니라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출 중단과 러시아산 원유 구매 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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