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대화 보류하며 反정부 시위대에 '기관 점령' 촉구

  • "시위대 교수형 시 이란에 매우 강력한 조치"…軍 작전도 거론

  • 이란 시위 사망자 추산 큰 격차…수천~1만2000명까지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정부 기관 점령까지 촉구하며 공개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던 기존 입장에서 한층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의 (정부)기관들을 점령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을) 살해하고 학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남겨라.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난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화 가능성을 언급해온 기존 기조보다 한층 강경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동승한 기자들에게 이란 정부가 미국에 핵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회담은 준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전날 기자들에게 "공습 역시 최고 군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라면서도 "외교는 항상 대통령의 첫 번째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지난 주말 소통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측 간 접촉 가능성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이란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 중단을 명확히 요구하면서, 미국이 보다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이 당장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사이버·경제 조치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기 위해 관련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계속 살해할 경우 "강력히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전날에는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기조는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이란이 내일(14일)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하리라는 것을 들었다. 그들이 당신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나'라는 질문에 "교수형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면서도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장 강력한 조처의 최종 단계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이기는 것이다. 나는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기는 것'의 의미에 대해 최근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군사작전으로 축출한 사례와, 집권 1기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작전, 지난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기습 타격 등을 언급했다.

한편 이란의 경제난 항의 시위와 관련한 사망자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체별 집계에 따라 수치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가 17일간 이어진 이날까지 약 20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1847명은 시위 참가자였으며, 군과 경찰 등 정부 측 인원도 13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어린이 9명과 시위대와 무관한 시민 9명도 숨졌고, 체포된 인원은 총 1만6700명을 넘는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인권(IHR)은 시위대 648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IHR이 입수한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사망자가 최대 6000명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지난 8∼9일 이틀 동안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이 매체는 사망 사례 대부분이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의 총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대통령실에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시에 따라 3부 요인의 승인 하에 발포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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