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불황으로 올해 들어 대흥건설을 포함해 국내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월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2월에는 삼부토건과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달 1일에는 이화공영(134위)이 신청했다. 8일에도 시공능력평가 96위(지난해 기준)이자 충북 지역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까지는 지역 중소 건설사들 위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올해는 업력이 길거나 입지가 탄탄했던 수도권 중견 건설사들까지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번지는 이유다.
건설업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을 선택하는 건설사들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급등한 공사비는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방 주택 미분양도 계속 쌓이며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폐업 사유는 대부분 ‘사업 포기’였다. 고금리,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등으로 인해 일감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사를 진행하고도 받지 못한 미수금이 중견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의 이자비용은 2020년 1조7000억원에서 2023년 4조1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공사비도 같은 기간 30% 이상 오르며 미수금이 21조7000억원에서 3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올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치솟은 공사비가 공사 현장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오는 7월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 약화로 인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마저 위협하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단순한 산업의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지난해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4%포인트(p)였다. 건설투자 감소로 인한 고용과 가계소득 감소까지 감안하면, 건설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주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건설업계의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특히 지방 건설사의 연쇄 도산으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단기적인 지원책이 아닌,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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