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가 독립문의 글씨를 동농 김가진의 글씨로 판단을 못 내렸던 거죠. 박달나무 방망이 같은 아주 단단한 필획, 이건 동농이 아니면 구사를 못 하는 DNA와 같은 거예요.”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독립완성과 통일성취를 위한 ‘광복80-합合’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인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오는 6월 29일까지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 관장은 전날 열린 기자정담회에서 독립문 글씨의 주인공은 김가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문 현판을 이완용이 썼는지 김가진이 썼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 자체는 (광복 80년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통일이라고 하는 완전한 광복 미션을 얘기할 때다. 동농의 발자취는 우리한테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가진(1846~1922)은 곧은 글씨로 굽은 세상에 맞선 ‘예술과 정치의 일치’를 보여준 인물이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등 망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치열한 고민과 독립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글씨 등 예술을 통해 드러냈다. 그는 농상공부 대신, 중추원 의장, 법부 대신 등 국가 고위직을 두루 거치며 조선왕조의 정치, 행정, 군사, 경제 등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그는 74세에 임시정부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힘썼다.

이번 전시는 김가진의 시문과 글씨, 사진, 그림을 중심으로 충절가문, 독립전쟁에 투신한 동시대와 후대 인물들의 작품 120여 점을 종횡, 대각으로 그물망처럼 엮었다. 주요 작품은 김가진이 만든 〈주일공사관 외교서신 암호규칙 초고와 완성본〉과 〈암호 편지〉, 김가진이 휘호한 〈독립문〉 〈獨立門〉 현판, 일본 화가 덴카이(田慶)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 초상〉,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 선언서〉 등이다.
특히 민주공화주의자로 일생의 마지막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백의종군하여 독립전쟁 현장에 투신하는 김가진의 정예일치의 철학과 실천은 광복 80년 우리 앞에 놓인 남북통일 과제 해결의 등불이 된다.
전시는 경기도박물관과 동농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광복회 후원으로 진행된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의 석학특강 등 전시 관련 부대행사가 예정돼 있다. ‘대동단과 김가진의 정예일치의 삶’과 ‘신흥무관학교 뿌리와 대종교’를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포럼과 ‘대한제국과 세계열강’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도 함께한다.
이 관장은 “김가진의 글씨 속에는 정치를 포함한 세상 물정이 다 녹아 있다”며 “서맹(書盲)의 시대에 서(書)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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