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하면서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갈등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숙한 정치 문화를 주문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탄핵안 22건을 발의해 고위공직자 직무가 중단됐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고 있다고 인식해 (윤 전 대통령은)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야당의 의회 독재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국회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정부와 협력하며 타협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회를 협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야당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대응은 비상계엄이 아닌 정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과 청구인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계엄 선포로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헌재 결정문을 보고 경각심을 갖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갈등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할 경우 사법의 정치화 등 역현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계엄 사태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치권은 협상 대신 사법부로 떠넘기는 사례가 많다"며 "그야말로 정치의 사법화가 고착화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하면) 사법부가 정치권 눈치를 보는 역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가 실종되고 사법부가 정치를 대신하는 듯한 양상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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