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고이즈미, '쌀값 인하' 선언…"농·정 기득권에 도전장"

  • 기존 입찰 대신 수의계약 도입…정계·JA전농 연결고리 흔들까

  • '개별 농가 소득보전제도' 재도입 필수…농정 구조개혁 본격 시동

일본 가나가와현 한 창고에 보관된 정부 비축미 20250307 사진AFP연합뉴스
일본 가나가와현 한 창고에 보관된 정부 비축미 2025.03.07. [사진=AFP·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하 농림상)이 비축미를 JA전농(일본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의 농협 격)이 아닌 소매업체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쌀값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는 그동안 일본 정계와 농업계 간에 얽혀 있던 기득권을 정조준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치 전문매체 사메지마타임스는 26일 고이즈미 농림상의 이번 조치를 일본 농업정책의 철옹성이라 불리는 '농림수산성·농수족(農水族)·JA전농'의 철의 삼각지대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농업정책은 수십 년 동안 남큐슈 출신의 자민당 중진 정치인들에 의해 좌우돼 왔다. 대표적인 인물은 농림수산상을 역임했던 모리야마 히로시 현 자민당 간사장, 그의 최측근이자 전 농림수산상인 사카모토 데쓰시 국회대책위원장, ‘쌀은 사본 적 없다’는 발언으로 지난주 경질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 등이다. 이들은 모두 '농수족'이라고 불리는 농업계 이익 대변 정치인들로, JA전농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쌀값의 인위적 부양에 앞장서 왔다.
 
JA전농은 농가에서 쌀을 매입해 유통·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감산 정책'을 추진해왔다. 해마다 지역별로 쌀 생산량을 배분하고, 밀·콩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인위적으로 쌀 수급을 조절하며 쌀값을 방어해 왔다.
 
문제는 비축미 방출 과정 역시 가격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방출한 쌀 대부분은 JA전농이 매입해 보관했고, 이후 '유통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출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농림수산성도 쌀을 JA전농에 매각할 때 '향후 정부가 다시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격 유지 장치를 사전에 마련해왔다.
 
이에 고이즈미 농림상은 수요가 있다면 비축미를 무제한 방출하고, JA전농이 아닌 대형 소매업체에 직거래 형태로 판매하는 수의계약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방안이 실현될 경우 정부 비축미가 즉시 시장에 풀려 쌀값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JA전농의 유통 독점과 농수족 및 농림수산성 중심으로 형성된 기득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일본신문에 따르면 가고시마현의 한 농민은 "지금처럼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 더 이상 쌀농사를 지속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안정적으로 쌀을 생산하려면 60kg당 2만3000엔(약 22만원)이 필요한데 이를 소비자 가격으로 환산하면 5kg당 약 3000~3500엔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이 약속한 5kg 당 2000엔을 5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쌀농가의 경영환경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비료 가격은 30% 넘게 인상됐고, 트랙터는 1대당 1500만엔, 콤바인은 2000만엔에 달한다. 여기에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600만엔 이상이 들어, 정부가 기계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최소 60%는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쌀값 안정 및 생산 확대를 위해선 농가가 안심하고 쌀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개별 농가 소득보전제도'와 같은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사메지마타임스는 지적했다.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0년 도입된 이 제도는 쌀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정부가 차액을 직접 보전하는 방식으로, JA전농을 거치지 않고 농가에 직접 소득을 보장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3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JA전농의 입지를 위협한다는 이유에 가장 먼저 폐지됐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쌀 생산 확대 허용 여부가 고이즈미 농림상의 개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치 평론가 아오야마 가즈히로는 "고이즈미와 모리야마는 적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고이즈미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정말로 목표하는 개혁을 추진한다면 그들은 (모리야마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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