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미국 정부의 대중 기술 수출 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문제 삼아 자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 구매를 제한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터넷정보판공실(CAC),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국 규제 당국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지난달 인터뷰 발언 이후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규제에 맞춰 중국 전용 저사양 칩 H20을 판매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판매가 금지됐다가 지난달 재허용됐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달 15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최고나 차선, 심지어 3번째로 좋은 제품도 팔지 않는다”면서 “중국 개발사들이 미국 기술 스택(체계)에 중독될 정도의 제품을 팔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규제 당국은 기업들에 H20 구매를 자제하라는 비공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주문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크게 줄였다.
한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관련 당국이 기업들에 중국산 칩 사용을 강화하도록 할 이유를 하나 더 늘려줬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 발언 일주일 뒤 CAC는 바이트댄스·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에 ‘창구 지도’를 통해 보안 우려를 이유로 H20 신규 주문 중단을 지시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엔비디아 관계자를 불러 ‘심각한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또 MIIT는 기술 기업 임원들과 비공식 접촉을 통해 CAC 입장을 강화했고 NDRC는 모든 엔비디아 칩 구매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미중 무역 협상과 미국의 다음 조치에 달려있다”면서 "현재 여러 규제기관의 제한적 지도가 모두 비공식적이라는 점은 향후 변화에 대한 여지를 준다”고 평가했다.
FT는 일부 기업들이 H20 주문을 미룬 것은 향후 성능이 더 좋은 칩의 대중 판매가 허용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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