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안전자산 선호, 결국 신흥국 유리하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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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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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사진=KTB투자증권]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지구촌 금융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기류는 일단 위험자산을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즉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와 국채에 돈이 쏠리는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유가나 신흥국 자산은 찬밥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점점 굳어만 지고 있다. 당분간 이런 편 가르기 식 전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실물경기 쪽 '굿 뉴스'만이 이 판을 통째로 뒤집을 수 있는데 아직은 약하다.

사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자산가격은 한 번 달릴 때 끝까지 간 뒤에야 비로서 스스로 지쳐 반전되는 속성을 지닌다. 최근 지구촌 금융시장을 달군 현상을 보면 변수끼리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호 추세를 강화시키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내재가치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안에서 수급적 또는 투기적인 요소가 뒤섞여 지표 변동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3개월 간 국제유가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를 모두 경기요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유가는 처음에 취약한 실물수요와 증산에 나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때문에 하락이 촉발됐다. 하지만 다음에는 금융시장 메커니즘 안에서 순식간에 추세가 강화됐다. 즉 유가하락이 물가안정과 미 국채금리 안정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달러 강세는 엔화약세와 위험자산 기피를 불러 왔다.

이는 또 다시 유가하락과 미 금리하락, 달러 강세를 유인하고 있다. 이 어지러운 순환과정은 단기간에 유가 수직하락과 달러화 초강세를 야기했고 이제는 그 후유증을 감당해야만 될 처지다. 즉 유가폭락과 달러 초강세로 당장 좋은 측면보다는 문제점이 부각될 조짐이다. 원유생산국에서 국가위험 증대는 물론이고 에너지관련 채굴투자 감소라든지 에너지 관련기업에서 돌린 하이일드채권 금리상승(부실위험 증가)이 대표적인 위험이다. 달러화 강세도 지금 달러 부채가 많은 국가에서 외환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방통행식 자산가격 흐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반대로 되감길 것이다. 물론 추세가 바뀌려면 좀 더 비이성적인 가격결정이 연출되거나 전체 흐름을 뒤집을 만한 경기신뢰가 필요하다. 아직은 아니지만 유가하락이 에너지 수입형 신흥국 전반에서 경기를 살려준다면, 신흥국 통화가치도 계속 떨어져 있다면 어떨까.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떡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결국 그 반대 쪽에 있는 신흥국 증시를 유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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